2025년 10월 2일
정샘물
구성원의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오피스 디자인 원칙
Editor's Commentary
좋은 오피스는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창의성을 키우는 놀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존슨 왁스부터 레고, 애플, 구글까지 세계적인 기업들은 공간을 통해 구성원의 사고와 협업 방식을 바꿔왔죠. 높은 층고와 색감, 우연한 만남의 허브, 자연과 연결된 휴식, 유연한 회의 공간이라는 네 가지 원칙은 그 비밀을 보여줍니다. 이 글을 통해 ‘공간이 어떻게 창의성을 만든다’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확인해보세요.
Johnson Wax Headquarters
존슨 왁스 본사는 1930년대 지어진 오피스로, 시간이 지나도 좋은 공간이란 변함이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사진 제공 : Johnson Wax)
생각은 우리가 머무는 공간으로부터 온다
우리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건물 안에서 보냅니다. 자연스럽게 머무는 공간에 따라 우리의 생각과 행동까지 영향을 받게 되죠. 좋은 호텔에서 묵거나 공원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길 때 마음까지 평온해지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그렇다면 하루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큰 영향을 받을까요?


McDonald's headquarters
오피스 디자인은 기업의 변하지 않는 철학을 담아내는 일이 되어야 한다. (사진 제공 : McDonald's)
존슨 왁스, 맥도날드 등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오피스 디자인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창의성은 우리가 머무는 ‘공간’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는데요. 어떤 장소에 있느냐에 따라 사소하게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극적으로는 업무 효율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창의성을 자극하는 공간은 보이지 않는 힘으로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킵니다.
그렇다면, '창의성'을 높여주는 오피스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핵심은 자연스러운 협업을 이끌어내는 것에 있습니다. 다양한 소속의 구성원들이 오피스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교류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창조적 사건'이 일어날 수 있어야 하죠.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건축물의 외관이나 인테리어의 일부 요소를 바꾸는 것 이상의 전략적 설계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스페이스베이스(이하 스베)가 구성원의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오피스를 디자인할 때 고민하는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하려 합니다.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 회사에 적용해볼 만한 요소는 무엇이 있을지 함께 살펴보세요.

원칙 1. 높은 층고와 다양한 컬러를 활용할 것
혹시 “높은 천장에 있는 공간에서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말, 들어보신 적 있나요? 이는 실제 과학적 연구로도 증명이 되었는데요. 높은 층고는 개방적인 인식과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추상적 사고를 유도해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다양한 색깔을 활용하는 것도 창의성을 북돋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공간의 목적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활력을 불어넣는 색상을 활용함으로써 경직되지 않고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죠.
Case 1. 레고 캠퍼스 : 창의적 탐구를 위한 놀이터

사진 제공 : LEGO
‘레고(LEGO)’(이하 레고)는 새로운 글로벌 본사로 덴마크에 ‘레고 캠퍼스’를 설계했습니다. 레고는 “무한한 창의력의 세계로”라는 슬로건을 가졌을 만큼 대,내외 적으로 창의성에 진심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높은 층고와 다양한 컬러감을 통해 ‘놀이’와 ‘창의성’이라는 레고 만의 주요한 키워드를 오피스 공간에 녹여냈습니다.
레고 그룹의 관계자는 레고 캠퍼스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레고 캠퍼스는 생각하고, 상상하고, 구축하고, 발전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창의적인 탐구를 위한 놀이터라고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사진 제공 : LEGO
레고를 닮은 색상, 높은 천장의 개방감

사진 제공 : LEGO
외관을 보면 레고를 닮은 디자인과 색상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건축가들은 레고 블록의 모듈화되고 서로 맞물리는 특성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대담한 원색의 튀는 색상과 거대한 레고 블록 형태는 독특하면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외관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레고 브랜드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이자,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사진 제공: LEGO
다양한 색감은 건물 내부에서도 활용됐습니다. 레고 캠퍼스는 건물 전체가 중앙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된 여덟 개의 독립된 공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업무, 휴식, 공용 편의시설 등이 분산되어 있는 형태죠.
레고는 이 여덟 개의 공간을 각기 다른 색상으로 구분짓고,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다채로운 색상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다양한 색상은 각자 의미와 역할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생동감 넘치는 밝은 녹색 나선형 계단은 각 층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건물은 전체 5층으로 이어지며, 평균 2.7~3.2m의 높은 천장을 갖고 있습니다. 그중 한 공간은 천장 높이만 5.3m에 달할 정도인데요. 탁 트인 시야와 함께 공간에 개방감을 더해주며 구성원들의 사고가 입체적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돕죠.

원칙 2. 우연히, 자주 마주칠 수 있는 허브 공간을 만들 것
레고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다양한 출신과 배경을 지닌 전 세계 직원들이 협업하고 어울릴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인류학자들과 함께 직원 간 상호작용을 활성화하는 오피스 디자인 솔루션을 고민했는데요.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계단실 공간’과 ‘피플 하우스’라는 공용 공간입니다.
우연한 만남, 함께 일하는 커뮤니티

사진 제공: LEGO

사진 제공: LEGO
계단실 공간은 각 부서와 건물을 이동하면서 직원들끼리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요소가 됩니다. 또한 피플 하우스에서는 근무 시간에 상관 없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함께 놀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데요. 피트니스부터 영화, 주방 등 다양한 용도의 공간이 마련돼 있죠. 마치 사옥 안에 여러 개의 집들이 모인 ‘마을’ 하나가 있는 듯한 느낌인데요. 이러한 공간적 특징은 우연한 만남과 자발적인 협업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는 ‘우연한 만남의 효과’라고 불리며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원리입니다. 의도적으로 직원들의 일상 동선이 겹치도록 유도해, 사소한 대화와 즉흥적인 아이디어 교환을 유도하는 것인데요. 공유 라운지, 복도와 계단 등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과 동선을 제공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협업이 탄생하는 빈도가 높아진다는 개념입니다.

Plus tip: 의도적인 마주침이 의미있는 협업으로
스베 역시 ‘우연한 마주침’의 장소를 녹여내기 위해 고민하며 오피스 공간을 설계합니다. 특히 다양한 직원들이 이동하는 라운지 공간을 활용해 그러한 자연스러운 마주침의 순간을 유도하죠. 언제라도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넓은 테이블과 의자를 함께 배치하는데요. 잠깐 스치는 만남의 장소에서 또 다른 협업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이처럼 스베는 사소한 대화와 자연스러운 만남 속에서 즉흥적인 아이디어가 교환되고, 효과적인 업무 결과로 이어지는 장치를 오피스 공간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의도적으로 직원들끼리 마주치고 스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그 이유는 잠깐 스치는 만남의 장소에서 또 다른 협업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계기가 되기 때문이에요. 본격적인 협업 공간인 업무 공간, 미팅실 외에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무드에서 나오는 포인트가 업무에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_도근희 디자이너 (스베)

원칙 3. 자연과 연결될 수 있는 ‘그린 존’을 만들 것
인간의 뇌는 움직일 때와 쉴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다른데요. 주기적인 휴식을 통해 각 영역이 적절히 활성화될 때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업무 중간 중간, 잠시 창가를 바라보며 멍 때리거나 주의를 환기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죠. 이때, 숲이나 나무 같은 자연 요소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완화하고, 휴식이 창조적 영감으로 이어지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사진 제공 : Foster + Partners
Case 2. 애플 파크 : 자연에서 즐기는 휴식과 성찰의 효과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도 휴식과 자연이 창의성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애플의 새로운 사옥인 ‘애플 파크’를 조성하면서 “직원들에게 휴식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조경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자연과의 연결을 중시해, 직원들이 언제든 자연을 바라보며 생각을 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전체 부지 면적의 80%가 녹지로 활용되며 9,000그루 이상 나무와 자연 생태계가 곳곳에 조성되었죠.
또한 큰 곡면 유리판으로 설치된 넓은 통로에서 사방의 자연과 식물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그의 사후에도 끊임없이 기술적 혁신을 이어가고 있는 애플의 행보를 통해, 업무 환경과 창의성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사진 제공 : Wallpaper

원칙 4. 실용적이고 다양한 스타일의 회의 공간을 만들 것
한때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회의실에 빈백이나 그네를 두는 문화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자유로움과 편안함의 상징으로 글로벌 IT 기업의 사무 공간에 등장하기도 했죠. 하지만 막상 그 위에서 실제 업무를 하기엔 불편함이 많아, 다시 의자와 테이블로 교체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시행착오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습니다. 수많은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회의실' 또한 이전의 경직된 분위기와는 다른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사진 제공 : Google
Case 3. 구글 베이뷰 캠퍼스 : 다양한 업무 형태를 아우르는 오피스 디자인
구글의 새로운 본사 ‘베이뷰 캠퍼스’는 편안함과 실용성을 모두 고려해 설계됐습니다. 구글이 직접 지은 첫 사옥인 만큼 구성원들을 위한 배려가 세심하게 느껴지는데요.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어떠한 업무 형태에도 어울릴 수 있는 유연한 공간으로 디자인하자’는 방향으로 구상되었습니다.

사진 제공 : Google

사진 제공 : Google
구글 베이뷰 캠퍼스에는 형식적인 회의실 대신, 편안한 분위기와 실용적인 좌석을 갖춘 회의 공간이 있습니다. 소규모 인원부터 10명 인원의 즉석 미팅, 2,000명이 넘는 직원 미팅, 심지어 원격 미팅까지 다양한 회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죠. 해체 가능한 책상이 놓여있어 직접 배치를 조정하며 다양한 용도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데요. 덕분에 직원들은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와 협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벽면과 천장 등을 활용한 디자인 요소도 눈에 띄는데요. 다양한 색감과 컨셉으로 꾸며진 벽면은 단순히 공간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화이트보드를 설치하거나,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오는 통창을 배치해, 실용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스타일의 오피스를 완성했죠.

Plus tip: 실용성과 유연함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이끈다
스베와 함께 진행했던 CLO의 오피스에서도 다양성과 유연함의 중요성을 고려한 회의 공간을 볼 수 있습니다. 구성원 개인의 몰입과 집중을 위한 1인석부터 자유로운 소통을 위한 오픈 미팅룸 등 다양한 회의 공간과 업무 공간이 공존하는데요. 미팅룸 곳곳에는 직접 판서가 가능한 벽체를 설치해, 즉흥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도 바로바로 메모할 수 있도록 했죠.
이는 딱딱하고 엄격한 분위기의 회의보다, 자연스럽고 캐주얼한 대화 속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스베의 믿음 때문인데요. 이처럼 스베는 몰입과 휴식, 교류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창의적인 오피스 디자인을 통해 기업 구성원들의 더 나은 업무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조직과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공간’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오피스를 단순히 일하는 장소가 아닌, 새로운 연결과 소통이 일어나는 ‘만남의 장’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해지죠. 오늘 포스팅은 아래 네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구성원의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공간 디자인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높은 층고와 색감 있는 디자인은 사고의 폭을 넓히고, 우연히 마주치는 허브 공간은 새로운 협업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때론 식물을 바라보며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편안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회의 공간은 아이디어가 자라나는 기반이 되죠.
스베는 이 밖에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전략적 설계를 바탕으로 각 기업 특성에 최적화된 오피스 디자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오피스 이야기, 스베 블로그의 다음 포스팅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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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의 잠재력을 깨우는 '창의적 오피스 디자인', 스베와 함께 고민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