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0일
류진
경기도미술관 전시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가 전하는 순환과 지속 가능성
Editor's Commentary
팀원들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는 일은 언제나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개인이 인상 깊게 바라보는 지점을 나눌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대화의 결이 유난히 깊게 느껴졌습니다.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들 앞에서 스베의 디자이너들은 유독 오래 머물렀습니다. 그들은 ‘재생과 순환’이라는 단어를 반복해 이야기하며, 그 의미를 곱씹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전시를 관람하며 스베 팀원들은 바쁜 일상의 리듬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속도로 걸어보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번 글은 디자이너들이 감각을 환기하고 사유를 확장해가는 과정을 바라본 기록입니다.
이미지 출처: 경기도미술관
기다림을 전시하는 법
경기도미술관의 특별전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는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전시입니다. 환경 파괴로 인한 사라짐과 회복, 그리고 생성을 예술적으로 풀어내며, ‘기다림’을 단순한 정지가 아닌 순환의 시간으로 제시합니다.
이번 전시는 김형영 시인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되었으며, 도시와 자연, 인간의 관계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도시와 시간의 흔적을 시각, 청각, 그리고 물질의 결을 통해 드러내는 구성은 디자이너에게 익숙한 기능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스베 팀원들이 전시를 통해 느낀 가장 큰 인상은 ‘지속 가능성’의 개념입니다. 환경 파괴에 따른 사라짐과 파괴, 회복과 생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예술은 ‘기다림’을 멈춤이 아닌 순환의 시간으로 제시합니다. 예술이 보여주는 순환의 원리는 디자인에서도 적용됩니다. 공간이 얼마나 오랫동안 숨 쉬며 사람과 함께 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전시가 품은 시간과 순환

전시는 도시의 잔재에서 출발해 물질의 전이, 재생, 그리고 생명의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빛의 세기와 소리의 잔향, 재질의 변화가 공간의 리듬을 만들어내며 하나의 서사를 형성했습니다.
공간을 따라 걸으며 느낀 감각적 변화는, 디자인에서 말하는 ‘시간성’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공간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빛과 소리, 움직임 속에서 끊임없이 변합니다. 이번 전시는 그 변화를 시각적 경험이 아닌 감각적 체험으로 전달했습니다.

스베 팀은 전시를 함께 관람하며 공간이 시간을 어떻게 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다루는 공간 역시 하나의 생명체처럼 시간과 함께 성장하고 변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이지연 작가의 〈잿소리〉 : 사라짐이 남긴 흔적

팀이 가장 오래 머문 작품은 이지연 작가의 〈잿소리〉였습니다. 사용되고 버려지는 연탄을 다시 몇 차례 구워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화분으로 만들어 내는 이 작품은 자원의 순환을 다시 생각하게 하였고 관람객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 당기며 완성되는 참여형 작품이었습니다.

연탄, 이끼, 물이 어우러진 장면은 일상의 재료가 예술로 재생되는 순간을 보여주었습니다. 작가는 각 세대가 연탄에 품고 있는 기억의 온도에 주목했습니다. 생활의 필수품이자 자선의 상징이었던 연탄은 이제 도시의 풍경 속에서 정서적 매개체로 남아 있습니다.

현장에서 작가가 직접 작품을 해체해 관람객들에게 ‘반려 화분’으로 나누어주는 퍼포먼스는 ‘순환’의 개념을 직접 체험하게 했습니다. 재료의 재생과 시간의 순환이 결합된 이 경험은, 디자인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프로세스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지속 가능성을 사유하는 감각

지속 가능성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공간이 사람들의 삶 속에서 얼마나 오래 숨 쉬고 머무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전시에서 다룬 ‘기다림의 미학’은 디자인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리였습니다. 기다림은 멈춤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준비이며, 변화와 순환의 일부라는 점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스베 팀에게 이 시간은 그 의미를 몸으로 체감하고, 생각으로 확장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전시 감상과 대화를 거듭하며, 팀원들은 지금까지 만들어온 공간과 앞으로 만들어갈 공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공간이 시간을 담는 그릇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디자인이 순환에 기여할 수 있다는 다짐으로 이어졌습니다. 느린 걸음으로 마주한 전시 속 시간은, 스베 팀의 디자인 철학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진 제공: 류진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