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일
류진
스페이스베이스, 오래 쓰이는 공간을 만드는 팀

새로운 자극, 낯선 도시에서의 경험
스페이스베이스(이하 '스베')팀의 조소윤,백승민 디자이너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행사,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찾았습니다. 이 행사는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모여 공간, 오브제, 재료, 감각을 실험하는 자리로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가득 채우는 행사이죠. 각자의 시선으로 디자인 위크를 누빈 두 사람. 그렇다면, 이들이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무엇이었을까요?
각기 다른 관점, 공통된 태도
먼저, 조소윤 디자이너는 조병수 건축가의 설치 작품 'To Earth'를 꼽았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맨발로 흙을 밟는 순간이 굉장히 특별했습니다. 감각적으로 자연과 연결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죠."
특히 조소윤 디자이너는 평소에도 조병수 건축가의 재료를 대하는 태도와 자연을 향한 건축적 시선에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었던 만큼, 낯선 도시 밀라노에서 마주한 그 순간은 더욱 깊이 각인되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백승민 디자이너는 브레라 미술관 안뜰에 설치된 Es Devlin 작가의 'Library of Light' 전시를 가장 좋게 봤다고 말했죠.

"빛과 그림자, 책과 구조물의 조합이 인상 깊었어요. 기능성과 예술성이 함께 느껴졌고, 관람객이 작품을 직접 채워가는 구성도 좋았습니다."
단순한 구조를 넘어선 섬세한 설계와 시각·청각·감성적 경험이 어우러지는 방식에 깊이 매료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각자 전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공간이 ‘사용자와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중심에 둔 태도가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스베팀이 평소 클라이언트와 일할 때에도 고스란히 드러나죠.
스베의 시작은 질문입니다

스베 팀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묻습니다. 이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어떤 구조에서 일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불편을 느끼고 있는지.

조직도부터 회의 빈도, TF 구성, 모니터 보안석의 수, 외부인 방문 빈도까지 디테일한 것도 놓치지 않죠. 작은 조직이라면 몇 번의 방문으로 방향을 정할 수 있지만, 규모가 클수록 질문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그들에게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질문을 통해 단순히 공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흐르는지를 파악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많이 질문하는 태도’는 단순한 확인 절차를 넘어, 스베의 핵심 설계 철학입니다. 질문이 깊어질수록, 공간은 더 정확하게 사용자에게 닿을 수 있다고 굳게 믿죠. 그리고 이렇게 모인 수많은 정보와 감각들은, 팀원 간 서로 다른 관점을 조율하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사용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서로 다른 기준도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팀워크로 완성되는 설계

하지만 아무리 단단한 기반이 있더라도, 모든 프로젝트가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젝트를 함께할 때 팀원 각자의 기준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있죠. 어떤 팀원은 공간의 구조적 명확성과 여백을 중요하게 여기고, 또 다른 팀원은 마감재가 주는 감각이나 사용자의 움직임에 더 주목합니다.
의견이 갈릴 때에는 ‘사용자 중심’이라는 하나의 방향으로 조율해 나갑니다. 조율을 위한 대화를 나눌 때, 서로의 의견은 차이가 아닌 새로운 관점의 ‘관찰’로 받아들여지죠. 대화를 통해 서로 다른 시선을 공유하며 가능성을 확장하고, 결과적으로 더 입체적이고 실용적인 설계를 완성해 갑니다.

또는, 자연스러운 대화로 의견을 하나로 모아가기도 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배경과 맥락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먼저 듣고, 브랜드 철학이나 사용자 입장에서 더 적합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이러한 유연하고 수평적인 의사결정 과정은 스베 팀의 문화이자, 그들이 '좋은 일'을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공간을 시스템으로 만드는 일

그 결과, 스베의 설계는 단순한 공간 기획을 넘어 '회사의 업무공간 매뉴얼'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일하는 방식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 설계된 공간은 시간이 흘러도 방향을 잃지 않고, 변화 속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죠. 이는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스베가 쌓아온 견고한 리서치 시스템과 설계 기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실제로 '와이어트', '당근마켓', '밀리의 서재', '이스트소프트'와 함께한 프로젝트에서도 그 철학은 이어졌습니다. 처음 세운 구조를 바탕으로 층이 늘어나거나 공간이 확장되더라도, 초기 설계값을 유지하면서 브랜드 고유의 결을 살려간 사례들이죠.
사람에서 출발하는 공간 설계팀, 스베

두 디자이너는 밀라노에서 ‘새로운 것’을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To Earth에서는 공간이 감각을 어떻게 끌어내는지 다시 생각해보았고, Library of Light에서는 기능성과 예술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살펴보았죠.
두 사람은 다양한 전시를 마주하며 감각은 한층 확장되었고, 공간 안에서 사용자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에 대해 다시 질문해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스베 팀이 지향하는 ‘사람 중심의 공간 설계’라는 방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더 단단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베 팀은 사람이 공간을 완성한다고 믿습니다. 구조나 마감재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흐름과 감정을 경험하는지에 있다는 것이죠. 오늘도 스베 팀은 클라이언트의 이야기, 또 팀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더 오래 쓰이는 공간을 만들어갑니다.
*사진 제공_스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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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의 더 자세한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