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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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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샘물

[스베팀의 레퍼런스 서랍] 공간을 새롭게 보는 영화 3편

Editor's Commentary

영화는 음악과 조명, 연출 등 다양한 요소로 관객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합니다. 때론 순간의 감정이 오래 남아 곱씹는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도 이와 닮아있습니다.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건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 경험할 감정과 시간을 설계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베 팀이 공간을 바라보는 데 영감을 준 세 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영화 속 공간이 어떻게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하는지 살펴보세요.

영화 'her(그녀)' 스틸컷
영화 'her(그녀)' 스틸컷

영화 <유스>

탐미주의자가 포착한 아름다움


영화 '유스(YOUTH)' 공식 포스터

이미지 출처 : 영화 <Youth>

초원 위에서 소 방울 소리에 맞춰 심포니가 울려 퍼지는 장면, 물에 잠긴 마르코 광장에서 펼쳐지는 캣워크. 영화 <유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아름답다’는 감탄을 반복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의 영상미는 거대한 캔버스를 다루는 화가의 행위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번 작품 역시 모든 장면이 한 폭의 그림처럼 구성돼,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영화 '유스(YOUTH)' 스틸컷 1

이미지 출처 : 영화 <Youth>

알프스 산에 둘러싸인 스위스의 고급 호텔을 배경으로, <유스>는 80대 노인 두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더 이상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세계적인 지휘자 ‘프레드 밸린저’와 수십 편의 영화를 만든 노장 감독 ‘믹’이 그 주인공입니다. 스위스의 자연과 여유 속에서 잃어버렸던 열정을 이어가고, 때로는 욕망을 다시 발견하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리조트는 19세기 건축을 리노베이션한 공간으로, 역사와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양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캐릭터의 내면 세계를 반영하며, 등장인물과 함께 삶과 죽음의 엄숙한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영화 '유스(YOUTH)' 스틸컷 2영화 '유스(YOUTH)' 스틸컷 3

이미지 출처 : 영화 <Youth>

영화 전반에는 상징적 요소가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파스텔 톤의 따뜻하고 화려한 색감은 알프스의 목가적인 풍경과 어우러지며, 삶에 대한 향수와 젊음을 상징하죠. 흐르는 화면 속에서 젊음과 노년을 대비시키며,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미스 유니버스와 노년의 주인공들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두드러집니다. 노화된 신체는 마치 조각상처럼 보이기도 하죠. 세월의 흐름 속에서 육체의 유한함을 강조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듯한 인상을 남깁니다.


영화 '유스(YOUTH)' 스틸컷 4영화 '유스(YOUTH)' 스틸컷 4

이미지 출처 : 영화 <Youth>

영화 <유스>는 움직이는 회화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삶의 순환과 예술가의 고뇌,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묻는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죠. 시각적 언어를 통해 아름다움과 기괴함의 대비를 드러내며, ‘미’와 ‘추의 미’를 동시에 그려냅니다.


[스베팀의 생각 서랍장]

"영화 <유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아름답다’는 감탄을 되뇌게 만든 작품이었어요. 저에게 아름다움이란 사고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어떤 힘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일하는 노인’을 바라볼 때도 아름답다고 느끼는데요. 그 안에서 성실함과 꺾이지 않는 의지가 전해지기 때문일 겁니다.

저 또한 ‘아름답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 탐미주의자로서, 이번 영화를 추천합니다. ‘미’와 ‘추’의 의미와 표현력을 느낄 수 있어요."


영화 <캐롤>

영화와 공간, 감정을 담는 기술


영화 '캐롤(CAROL)' 공식 포스터

이미지 출처 : 영화 <Carol>

영화는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맨해튼 백화점 점원 ‘테레즈’와 딸의 선물을 사러 온 ‘캐롤’ 사이의 강한 끌림과 감정을 그려내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져들며, 당시로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 앞에서 감정적 혼란을 겪습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은 이 강렬한 소재를 시대적 배경과 인물의 감정선 위에 절제되고 세련된 방식으로 담아냅니다.


영화 '캐롤(CAROL)' 스틸컷 1영화 '캐롤(CAROL)' 스틸컷 2

이미지 출처 : 영화 <Carol>

<캐롤>에 사용된 색감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반영합니다. 채도가 낮고, 누렇게 바랜 색조가 화면 전반을 덮고 있죠. 포스터와 제목에서 연상되듯, 겨울이라는 계절적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스며 있습니다. 레드, 그린, 옐로우가 주요 색으로 사용됩니다.

영화에는 레스토랑, 호텔 객실, 거실 같은 공간이 자주 등장합니다. 조명의 위치와 색 온도, 가구의 스케일과 밀도에 따라 서로 다른 감정과 분위기가 형성되죠. 같은 거실이라도 가족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장면에서는 무겁고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반면 둘만의 시간이 흐르는 로맨틱한 장면에서는 부드러운 조명과 앵글로 친밀감을 더합니다.


영화 '캐롤(CAROL)' 스틸컷 3영화 '캐롤(CAROL)' 스틸컷 4

영화 <캐롤> 속엔 다양한 공간이 등장한다. 조명의 위치와 색의 온도감, 가구 스케일 등에 따라 다른 감정을 형성한다. (이미지 출처 : 영화 <Carol>)

영화를 연출하듯, 공간 디자인 역시 비슷한 성격을 지닙니다. 클라이언트의 성향과 공간의 목적에 따라 같은 공간이라도 전혀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지죠. 예를 들어 자유롭고 젊은 문화를 지닌 스타트업은 밝고 경쾌한 라운지와, 빠른 회의가 가능한 미팅 존을 중심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중후한 이미지를 지닌 기업은 차분하고 무게감 있는 톤의 마감을 선택해 신뢰감을 강조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 절제된 색감 속 포인트 컬러의 활용, 다양한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디자인까지. 영화 속 공간과 연출 방식을 통해 공간 디자이너로서의 본질적인 가치관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 <캐롤>의 섬세한 연출처럼, 스베팀이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 또한 감정과 공간의 조화를 통해 완성됩니다.


영화 '캐롤(CAROL)' 스틸컷 5

이미지 출처 : 영화 <Carol>


[스베팀의 생각 서랍장]

"영화 <캐롤>은 공간 디자이너로서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에 봤던 영화였어요. 당시 공간 구성과 시대적 배경이 반영된 색채를 인상적으로 봤었죠. 영화 속 제한된 컬러로 특정 순간과 인물에 감정적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방식은, 실제 공간 디자인에서 포인트 컬러를 운용하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영화뿐 아니라 포스터 역시 공간 디자이너로서 영감을 준 요소였습니다. 10년 전 개봉한 작품임에도 여전히 세련되고,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죠.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디자인처럼, 다양한 시대와 사용자를 아우르는 설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영화 <그녀(her)>

공간이 감정을 그려내는 법


영화 '그녀(her)' 공식 포스터

이미지 출처 : 영화 <Her>

영화 <그녀(her)>는 사랑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보다 인상적인 건 공간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이 영화가 그리는 미래는 흔히 기대하는 화려한 기술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죠. 익숙하면서 따뜻한 색채와 재료의 질감은 미래 세계를 자연스럽게 담아냅니다. 중요한 소재가 되는 기술적 배경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인물의 감정이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영화에서는 전체적으로 낮은 채도의 파스텔 톤이 화면을 채웁니다. 유리와 원목 소재 가구, 심플한 공간 배치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요. 차갑지 않은 색감과 부드러운 질감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감정이 중심이 되는 삶을 보여줍니다. 기술의 진보보다 ‘인간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영화 '그녀(her)' 스틸컷 1영화 '그녀(her)' 스틸컷 2

이미지 출처 : 영화 <Her>

특히 주인공 테오도르의 집은 이 영화의 공간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테오도르의 아파트 거실에는 식탁 대신 의자 세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요. 큰 가구 없이 비어있는 듯한 집은 테오도르의 감정 상태를 반영하는 매개가 됩니다. 감정과 교감이 비어버린 인물의 감정을 공간 연출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죠.

영화 속 묘사된 미래 배경이 놀라운 건,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한 현재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과장된 미래를 보여주지 않았지만, 기술과 감정이 공존하는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간과 재료, 색감을 통해 섬세하게 풀어냈죠.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이자, 동시에 공간 디자인에 대한 생각거리를 남겨줍니다.


영화 '그녀(her)' 스틸컷 3영화 '그녀(her)' 스틸컷 4

이미지 출처 : 영화 <Her>



좋은 영화가 오래 남는 감정을 남기듯, 좋은 공간 또한 오랫동안 감정의 기억을 남깁니다. 이번에 살펴본 세 편의 영화처럼 공간은 감정과 메시지를 완성하는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디테일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시간이 지나도 곱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스베가 공간을 설계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이런 점입니다.

스베 디자이너들의 끊임 없는 영감은 또 어디에서 나올까요? 또 다른 콘텐츠로 소개할 스베팀의 레퍼런스 서랍, 다음 아티클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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