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일
양유정
브랜드의 본질을 담는 빼기의 과정, ‘앳홈’
사무실이 집처럼 느껴질 수 있을까요? 홈 라이프스타일 솔루션 기업, 앳홈의 오피스는 ‘집 떠나 집’이라는 컨셉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스페이스베이스(이하 ‘스베’)는 앳홈의 오피스를 사무 공간이지만 집처럼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공간으로 계획했는데요. 동시에 업무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적화된 공간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앳홈의 오피스는 브랜드와 닮아 있습니다. ‘홈(Home)’이라는 정체성에서 출발해 일상 속 불편함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앳홈의 설립 이념처럼, 앳홈의 오피스 역시 집과 같은 정체성에 기반해 직원들이 사무 공간에서 겪을 수 있는 불편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죠. 스베는 브랜드 미션, 일하는 방식과 문화, 제품·솔루션의 고유한 특징을 파악해 공간에 담아내고자 했는데요. 따라서 오피스 인테리어는 브랜드의 언어를 공간의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이 됩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공간으로 구현하다

스베에서 제안한 앳홈의 컨셉 이미지

공간별 무드보드
스베의 공간 디자인은 브랜드를 다각도로 파악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시각적인 컨셉을 구축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앳홈의 제품과 타겟, 설립 이념 등 기업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했는데요. 제품을 모아보며 무드를 파악하고, 기업의 미션과 방향성을 통해 핵심 가치를 도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스베가 최초로 제안한 브랜딩 컨셉은 ‘집 떠나 집’이라는 문구로 표현되었는데요. ‘일터에서도 집처럼 안정적이고 포근한 공간을 경험한다’는 컨셉을 중심으로, 앳홈의 브랜딩이 드러나는 오피스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컨셉에 따라 공간별 무드보드 역시 정갈하고 따뜻한 무채색의 이미지로 정리해 제안했죠.

앳홈 오피스 아이소(ISO)

앳홈 오피스의 영역별 동선을 표시한 도면
도면 설계에서도 앳홈이 일하는 방식과 요청 사항을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업무, 회의, 협업 공간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능과 구조에 대한 RFP 내용을 종합적으로 취합한 뒤 동선을 설계했는데요. 특히 2개 층으로 공간이 분리된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업무 연결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누구든 영역별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간과 공간 사이를 유기적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했죠. 특히 이전 오피스에서 이러한 연결을 방해하던 짐들을 효율적으로 수납할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스베는 도면을 활용한 수 차례의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최적의 스토리지 동선과 수납 시스템을 고안해냈습니다. 이처럼 스베의 디자인 제안 과정에는 기업 및 브랜드에 대한 다각도의 리서치와 고민이 숨어 있습니다.
Point 1. 고객사와 소통하며 함께 만드는 오피스

스베는 앳홈이 오피스를 사용하며 느낀 불편 사항에 귀 기울이며 동선을 최적화하고, 기능적인 배치를 고려해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크게 대두되는 수납 문제를 업무 동선과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했고, 업무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는데요. 업무 공간과 협업 공간을 명확히 분리하고, 소음이나 시선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좌석을 배치해 업무에 대한 ‘몰입’과 ‘쉼’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를 조정해 나갔습니다.

따뜻한 우드톤으로 제안한 1차 디자인 시안

요소를 덜어내고 절제된 모던함을 드러낸 5차 디자인 시안
인테리어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도 앳홈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긴밀하게 협의하며 수정해 나갔는데요. 집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공간을 지향하면서도, 보다 절제되고 모던한 분위기를 구현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디자인을 덜어내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수차례의 협의 과정을 통해 앳홈이 지향하는 ‘절제, 정밀함, 엣지’의 요소를 공간에도 적극적으로 표현한 건데요. 그 결과 구조적이고 절제된 무드를 바탕으로 따스한 감성이 담긴 오피스가 완성되었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본질을 더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었죠.
Point 2. 업무 흐름에 최적화된 수납 솔루션

앳홈은 1인 가구를 위한 가전, 건강식품, 침구, 화장품 등 다양한 생활 제품을 다루는 기업으로, 제품을 이동하고 보관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때문에 체계적인 수납 솔루션은 앳홈의 오피스에 필요한 1순위 기능이었는데요. 제품 목업(mockup)과 촬영 샘플을 팀별로 보관할 수 있어야 했고, 부피가 큰 가전제품도 수납할 수 있도록 창고 공간이 넉넉해야 하며, 창고로 향하는 유기적인 동선과 효율적인 수납 방식도 필요했죠. 또한 물품 보관에 그치지 않고, 제품을 테스트하면서 동시에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일도 중요했습니다.

택배보관 및 수납 시뮬레이션

엘리베이터 홀에 별도의 택배보관함을 두어서 적재와 이동이 편리하다.
그러니 단순히 창고를 크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수납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업무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품 보관과 커뮤니케이션이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죠. 스베는 앳홈 구성원들이 실제 사용하는 방식에 맞춰 디테일한 수납 솔루션을 제공했는데요. 이를테면 출입구와 창고 근처에는 패키징 존(택배 보관함)을 따로 마련해 제품 입출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했고, 물건을 수납하고 이동하기 편리하도록 수납 가구 바닥의 단차는 없앴습니다. 제품 보관에 특화된 아카이브 공간을 따로 구성하며, 제작용 빅 테이블과 판서가 가능한 보드를 배치해 간단한 회의와 아이디어 공유가 이루어지도록 했죠. 기능별 공간 배치와 업무 동선을 체크하며 수납 동선이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획했어요. 이처럼 체계적이고 디테일한 수납 솔루션은 오피스 내의 불편을 제거하고, 업무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돕습니다.
Point 3. 다채롭게 모이고 연결되는 라운지

타운홀 라운지 시안 이미지

실제 준공된 타운홀 라운지 모습
6,7층으로 나뉘는 앳홈의 오피스는 중심부에 있는 라운지를 통해 연결됩니다. 모든 직원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활발하게 일으키는 ‘광장’같은 역할을 하죠. 이곳에서는 부서 간 또는 팀 내에서 이뤄지는 퀵 미팅은 물론, 최대 150명까지 참여 가능한 올핸즈(All-Hands) 미팅이 열리는데요. 이러한 기능적 특성을 감안해, 일상적 업무 공간과는 명확히 분리된 ‘협업’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됐습니다.



이밖에도 라운지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외부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로 활용되거나, 채용 면접을 위한 인터뷰룸이 인접해 있어 면접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장소이기도 하죠. 앳홈의 브랜드 철학을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인 셈인데요. 스베는 이러한 공간적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출입구부터 쇼룸, 라운지까지 이어지는 동선 시퀀스를 설계했습니다. 특히 출입구와 마주한 창에는 반투명 유리블록을 사용해, 따스한 햇살이 공간 깊숙이 은은하게 스며드는데요. 덕분에 방문자가 한층 더 환영받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죠.
Point 4. 절제된 무드와 완성도 높은 디테일

캔틴 시안 이미지

캔틴 준공 사진
앳홈의 오피스는 절제된 무드와 완성도 높은 디테일이 돋보입니다. 화려한 마감보다는 자연 소재 고유의 질감을 살린 브릭 타일, 우드, 점토 도장 등을 활용해 편안한 감성이 느껴지는데요. 스베는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가득 채우는 대신 의도적으로 여백을 남겨, 사용자의 손길로 조금씩 채워져 가는 형태를 상상한 것이죠. 장식적인 요소는 덜어내되, 공간의 구조적 형태와 매스 디자인을 통해 단조롭지 않고 깊이 있는 공간감을 구현했습니다.


사인 디자인 제공_앳홈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빛을 발하는 디테일은 ‘사소해 보이는 작은 차이가 더 깊이 각인된다’라는 앳홈의 제품 솔루션과도 맞닿아 있는데요. 오피스 디자인에도 그러한 철학을 녹여내,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요소까지 정교하게 풀어낸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도어 디테일에서도 얇은 문선과 메지 라인에 공을 들였고, 전체적인 라인이 정돈되어 간결하지만 완성도 있는 디자인을 만들었죠. 이처럼 ‘사소한 차이에서 오는 엣지’는 앳홈의 브랜딩과 오피스 디자인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키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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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의 오피스 인테리어는 고객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과정입니다. 기업마다 오피스에서 겪는 서로 다른 문제를, 공간을 통해 해결하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앳홈의 오피스는 수납과 동선의 불편을 해결하고, 새롭게 지향하는 브랜딩이 녹아들도록 설계하는 과정에서 완성되었는데요. 고객사의 목소리에 따라 브랜드의 본질을 더 정교하게 드러내는 과정을 거쳐, 기업 고유의 장점이 앳홈의 오피스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사진, 디자인 제공_스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