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이나 헤어 스타일, 화장법이 달라지면 흔히 ‘이미지 변신했다’고 하죠. 오피스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 법무법인(이하 스타)의 서울 오피스 역시 “전형적인 로펌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를 갖고 싶다”는 니즈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렇다면 스페이스베이스(이하 스베)는 이 고민을 어떻게 풀어냈을까요? 공간 전체의 컨셉부터 천장, 가구, 조명까지 세심한 배려와 치밀한 분석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아티클에 이어, 스베 김영은 디자이너와 함께 이번 프로젝트의 비하인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스타의 새로운 서울 오피스가 어떤 생각과 기준 속에서 완성되었는지 들려드릴게요.

기업과 오피스의 이미지 변신을 고민 중이라면, 우리 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딱 맞는 오피스를 찾고 있다면 이번 글도 끝까지 살펴보세요.

내부 구성원과 방문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스타의 공간답게 조명이 매우 다양하게 활용됐어요. 구역 별로 다른 조명을 사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조명은 공간 분위기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데요. 조도의 밝기와 색온도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각 구역의 용도에 맞춰 세심하게 배치했어요.

사무 업무를 주로 보는 공간에는 4000K 주백색을 사용해 차갑지 않으면서도 밝고 집중되는 환경을 만들었어요. 반면, 좀 더 휴식이 필요한 소파 라운지와 같은 공간에는 3500K 전구색 조도를 사용해 눈의 피로를 줄이고, 보다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전달하려 했어요.

휴식과 사무 업무, 각 용도에 맞춰 다른 조명이 배치됐다. 업무 공간에는 밝은 톤의 조명을 사용해 집중을 높이고, 휴식 공간에는 따뜻한 톤과 조금 낮은 조도의 조명을 사용해 피로감을 덜어내는 환경을 조성했다.

소파가 여러 공간에서 자주 등장하네요. 이렇게 소파를 많이 활용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로펌은 내부 직원만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의뢰인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죠. 그래서 상담 전 대기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곳에 소파를 배치했어요. 동시에, 직원들이 업무 공간을 잠시 벗어나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도 있었어요.

상담실에 배치된 소파나 암체어는 딱딱한 의자보다 훨씬 더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어요. 상담을 받는 분들이 편한 자세로 앉으면 심리적으로도 더 편안해지기 때문에,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의 경험에 맞춰 이러한 가구들을 중심으로 계획했어요.

제작 가구를 많이 활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활용이 됐나요?

전체적인 공간 전면과 가구에도 라운드 형태를 적극적으로 적용했죠. 이렇게 전체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습니다.

스타 사무실에는 의뢰인들이 자주 방문하며 상담이 이뤄지기도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사무실이 너무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했어요. (제작 가구에도 활용된) 둥근 요소들이 주는 안정감과 부드러움이 공간에 스며들어, 방문하는 분들이 따뜻하고 편안하게 느끼기를 바랐습니다.

또한 라운지에서도 전형적인 오피스 배치나 기성 가구 대신 제작 가구를 활용해, 다양한 사용자와 섞어 쓸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상담실 공간에 배치된 제작 가구 도면 일부. 공간 컨셉과 연결될 수 있도록 라운드 형태를 띈 선반을 제작, 활용했다.

실제 제작된 가구 모습. 공간의 전체적 색감과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제작됐다.

천장 디자인이 독특해 보이는데요. 이 부분도 소개해주세요.

우선 천장과 벽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고민했어요. 공간 전체가 하나의 분위기로 엮어진 것처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천장의 반원 라운드 모티브를 벽면의 곡선과 연결했어요. 이렇게 수직, 수평으로 확장하면서, 형태가 벽에서 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현했어요. 이를 통해 공간 전체가 ‘위로 상승하는 듯한’ 흐름을 가지며 하나의 분위기로 묶이도록 했습니다.

천장의 반원 라운드 조명과 벽면의 곡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의도했다. 이렇게 공간 전체가 하나의 분위기로 엮어질 수 있도록 연출했다.

또한 메인 멀티비전 앞 HOTDESK와 사무 중심의 시너지존에서 다른 방식으로 천장을 설계해 대비를 주었는데요. 한 쪽은 노출 천장, 다른 쪽은 석고 천장으로요. 그럼에도 조명 라인은 끊기지 않고 이어지도록 설계했어요. 덕분에 시각적 단절을 최소화하고, 곡선의 흐름과 연속된 조명이 공간에 깊이감을 더했죠. 이렇게 구역이 달라도 하나의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정리했어요.

세심한 관찰과 배려가 만들어낸 조화

라운지에 다양한 형태 업무 공간을 구성하셨죠. 이렇게 같은 구역에 다양한 업무 형태를 조성할 때, 어떤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셨나요?

여러 업무 형태가 공존하더라도 특정 구역이 과하게 부각되지 않도록, 모두를 자연스럽게 아우르는 사무 조닝을 목표로 설계했어요.

클라이언트가 방문자와 내부 직원이 구분되지 않는 공간을 원했기 때문에, 전형적인 오피스 배치나 기성 가구 대신 다양한 사용자와 섞어 쓸 수 있는 제작 가구와 혼합형 조닝을 적용했어요.

라운지에 배치된 테이블, 제작 가구 도면 일부.

실제 제작된 테이블이 라운지 업무 공간에 배치된 모습. 스베는 기성 가구 대신 제작 가구를 주로 활용했다. 데스크 아래에 작은 서랍을 두어 편의성을 높였고, 옆 면을 둥근 형태로 두었다. 이처럼 디테일한 요소까지 사용자 편의성과 공간의 전체 컨셉을 고려했다.

또한 집중, 협업, 휴식이 그라데이션처럼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기 위해 밀도와 동선을 세심하게 조정했어요. 그 결과, 누구나 자유롭게 이 공간 안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일하거나 머물 수 있으면서도 어느 한 구역도 과하게 돋보이지 않는 균형을 맞출 수 있었어요.

집중, 협업, 휴식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민하고 조정한 결과로, 다양한 형태 업무 공간이 균형감 있게 조성됐다.

일하는 방식과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자 세심한 고민이 느껴져요. 데스크를 설계할 때는 어떤 과정을 거치셨나요?

스타는 고정 자리가 없는 자율 좌석제를 운영하고 있어요. 개인 짐을 보관할 수 있도록 락커존을 따로 마련해두었죠. 하지만 락커에서 바로 꺼내 사용해야 하는 물건들도 있기 때문에, 데스크 아래에 작은 서랍을 두어 편의성을 높이고자 했어요.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시선’이 은근히 신경 쓰이죠. 스베가 설계한 업무 공간에서도 이런 부분을 세심하게 배려하신 점이 느껴졌어요.

집중 업무 공간은 평균 앉은 키를 기준으로 전면과 측면의 반 벽을 모두 1200mm 높이로 통일했어요. 이렇게 하면 복도를 지나는 사람과의 시선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죠. 공간의 높이가 일정하지 않으면 전체가 들쑥날쑥해 보일 수 있는데요. 반벽 높이와 테이블 스탠드 상단 높이도 맞춰 수평선을 맞췄어요.

이런 방식으로 시선은 자연스럽게 차단하면서도 공간 전체의 흐름과 연속감은 유지되도록 설계했어요.

집중 업무 공간은 정면과 옆으로 보이는 반 벽의 높이를 통일했다. 불필요한 시선을 차단하면서 전체적으로 정돈된 느낌을 준다.

기능과 미감을 동시에 고려한 ’카페 같은 오피스’

라운지 중앙의 둥근 좌석 배치는 묘하게 웅장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공간은 어떤 구상에서 출발했나요?

이 공간은 고대 그리스 극장의 형태에서 착안해 디자인했어요. 고대 그리스의 극장은 도시의 핵심 기능을 담당했고, 시민들이 모여 공동체의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는 토론의 장이 되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상징성을 참고해, 자율성이 강조되는 스타의 조직 문화와 연결하고, 전체 미팅이나 행사가 열릴 때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어요.

아테네 원형 경기장의 모습. 고대 그리스 극장의 형태에서 착안해 라운지 중앙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미지 제공 : Unsplash)

둥근 테이블이 큰 원형으로 자리해 있다. 자율성이 강조되는 스타의 조직 문화와 연결하고, 전체 미팅이나 행사가 열릴 때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이 구역의 바닥재가 다른 공간과 다르게 적용된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라운지에는 카펫을 사용해 천장, 가구, 바닥이 모두 라운드 형태로 이어지도록 했어요. 이를 통해 하나의 큰 공간이라는 느낌을 강조했죠.

또한 상담실과 소파 라운지에 사용된 카펫과 러그는 흡음 기능이 있어,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환경에서 소음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기능성과 연출 효과를 동시에 고려해 적용한 요소였어요.

벽면에 사용된 마감재의 질감과 색상도 다양한데요.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셨나요?

마감재는 인테리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에요. 텍스처와 색감이 함께 시각적 인상을 결정하죠. 패턴이 강한 텍스처를 사용할 때는 색감을 조정해 공간에서 지나치게 도드라지지 않도록 하고, 반대로 색감이 강한 마감재를 사용할 때는 패턴이 단순한 텍스처를 선택해 균형을 맞춥니다. 이렇게 텍스처와 색감을 함께 조절하며 공간 전체의 조화를 고려했어요.

이번 프로젝트에 활용된 도장 리스트 중 일부. 다양한 텍스처와 색감을 용도에 맞게 활용해 시각적 인상을 결정한다.

각 구역의 용도에 맞게 다양한 텍스처와 색감으로 벽면 마감재가 사용됐다.

‘카페 같은 오피스’를 만들고 싶다면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할까요?

카페의 핵심은 "열린 좌석과 자연스러운 공존"입니다. 이를 구현하려면 자율 좌석제를 기반으로, 누구나 편하게 섞여 앉을 수 있는 가변 좌석과 고정 좌석의 조닝을 설계해야 해요.

하지만 오피스는 카페가 아니라 업무 공간이기 때문에 기준을 더 명확히 세워야 합니다. 단순히 예쁜 가구를 고르는 것보다, 누가(사용자), 무엇을(업무, 행동), 얼마나 자주(빈도) 사용하는지를 먼저 정의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목적에 맞는 ‘카페 같은 오피스’가 완성될 수 있어요.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오피스

스타 법무법인 프로젝트는 공간이 기업의 철학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스베는 둥근 구조, 조명, 컬러, 텍스처 등 다양한 요소를 하나의 컨셉으로 묶어, 새로운 분위기와 효과적인 기능을 균형 있게 완성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미적인 연출이 아니라, 사용자와 방문객이 편안하게 머물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어떤 공간을 조성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경험과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죠. 로펌과 같은 전문 조직에서도 명확한 공간 컨셉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사진,디자인 제공_스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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