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5일
류진
[INTERVIEW] 스베가 공간을 만드는 방법
Editor's Commentary
공간을 만드는 일은 결국 사람과 일의 방식을 읽어내는 일입니다. 평면과 마감재, 동선이라는 결과물 뒤에는 수많은 질문과 선택의 과정이 겹겹이 쌓여 있죠. 스베의 작업이 인상적인 이유는 그 과정이 유난히 또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스베가 하나의 공간을 완성하기까지 어떤 팀 구조로 움직이고, 어떤 기준으로 ‘좋은 오피스’를 정의하는지를 따라갑니다. 스베가 공간을 대하는 태도는 화려한 설명보다 실제 일하는 방식 속에 더 분명하게 담겨 있습니다. 스베가 하나의 공간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안에 담긴 선택들을 차분히 짚어봅니다.

스베가 공간을 만드는 방식
하나의 프로젝트가 완성되기까지

Q. 먼저 스베 팀의 구성부터 여쭤보고 싶어요. 스베 팀은 어떤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나요?
스베는 디자인과 PM을 함께 담당하는 ‘설계팀’, 견적을 산출하는 ‘공무팀’, 현장 시공과 관리를 맡는 ‘시공팀’, 그리고 공사 계약과 회사 전반의 경영·전산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완공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이 모든 팀이 긴밀하게 협업하며 움직입니다.
Q. 시공팀을 외주가 아닌 내부 조직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업체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외주 시공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죠. 비용이나 리소스 관리 측면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스베는 설계 의도가 현장에서 최대한 정확하게 구현되기를 원했고, 그 결과 시공팀을 내부 조직으로 두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설계와 시공 사이의 싱크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어요.

Q. 스베 하면 굵직한 기업들의 오피스 디자인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오피스를 중심으로 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오피스뿐만 아니라 상업 공간 역시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스베는 코로나 시기에 업무 공간을 설계하며 자연스럽게 오피스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게 되었고, 이후 많은 기업들과 오피스 디자인을 중심으로 협업을 이어오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공간에 대한 스베의 관점
일하는 사람을 중심에 두는 공간

Q. 이쯤에서, 스베가 오피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궁금해졌어요. 스베가 생각하는 오피스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오피스는 단순히 일을 하는 장소를 넘어, 구성원들이 집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만큼이나 중요하고, 단순하게 설계할 수 없는 공간이죠. 사용자의 성향과 회사의 업무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Q. 오피스에 대한 관점을 들으니, 스베만의 색깔이 더 궁금해지는데요. 다른 인테리어 스튜디오와 비교했을 때, 스베 오피스만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베의 오피스는 각 기업의 브랜딩이 공간에 직관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단순히 화려한 디자인이 아니라, 공간 곳곳에 기업의 정체성과 요구사항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앞서 말씀해주신 이야기가 실제 공간에서는 어떻게 구현됐는지도 궁금했어요. 스베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난 프로젝트, 혹은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를 소개해주신다면요?
모든 프로젝트가 사실 다 기억에 남지만, 하나를 꼽자면 클로(CLO) 프로젝트가 떠오르는데요. 클로는 3D 의상 디자인 소프트웨어와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하는 패션 테크 기업이에요. 디자인부터 시뮬레이션, 교육, 유통까지 아우르는 회사의 특성을 담아, 기술 혁신과 사용자 간의 활발한 교류를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오피스를 원했죠.
저희는 ‘패션’과 ‘디지털’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공간을 풀어냈습니다. 특히 라운지는 외부 방문객을 맞이하는 공간인 만큼 격식을 갖추되, 과도하게 무겁지 않도록 밝은 톤으로 설계했습니다. 방문객이 잠시 머무는 동안에도 ‘패션과 기술이 만나는 회사’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지도록, 디자인 요소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고민했던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사실 기업마다 조직 문화와 업무 방식이 다른데요. 이런 차이는 어떻게 설계에 반영하시나요?
설계에 앞서 기업에 대한 이해를 가장 우선합니다. 경영방침, 대표의 성향, 조직 문화, 임직원의 연령대 등을 자료 조사와 미팅을 통해 파악합니다. ‘기업 조사’라는 표현이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결국은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기업을 제대로 이해해야 그에 맞는 공간이 완성된다고 믿습니다.

Q. 기업에 딱 맞는 공간이 완성되겠네요. 스베가 말하는 ‘맞춤 설계’는 어떤 과정으로 구현되나요?
스베의 맞춤 설계는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데서 시작됩니다. 무작정 묻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특성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자체 매뉴얼을 바탕으로 질문 리스트를 정리해 전달합니다. 이후 고객이 요청한 사항을 반영해 다양한 레이아웃을 제안하고, 함께 논의하며 방향을 좁혀갑니다.
Q. 디자인적 미감과 실사용성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시나요?
어떤 고객사는 디자인을, 또 어떤 고객사는 실사용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상적인 것은 두 요소가 균형을 이루는 공간이지만, 기업마다 상황과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증원 계획이나 조직 문화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방향을 찾고자 합니다.
스베의 협업 방식, 함께 일하는 리듬
공유와 소통으로 완성되는 과정

Q. 스베의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어떤 플로우로 진행되나요?
입찰 초기 단계에서는 기획 설계와 견적 산출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시공사가 선정되면 기본 설계와 시공 단계로 넘어가고, 준공 이후에는 고객사와 함께 준공 검수를 진행합니다. 내부적으로도 준공 미팅을 통해 보완할 점을 정리합니다.
Q. 설계 과정에서 여러 디자이너가 참여할 텐데, 하나의 안으로 어떻게 정리되나요?
설계팀에 투입된 디자이너들이 각자 평면을 그려본 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디벨롭합니다. 같은 팀이지만 각자의 시선을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Q. 팀원 내부, 그리고 클라이언트와 방향성을 맞추기 위해 어떤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누시나요?
좌석 수, 동선, 디자인 등 다양한 조건 중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를 많이 묻습니다. 초반 기획이 고객사의 방향과 맞는다면, 임원진뿐 아니라 실사용자인 임직원들의 의견도 폭넓게 듣고 그 우선순위를 설계 전반에 반영합니다. 팀원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할 때에는 직급과 관계없이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내고 협업하는 분위기 속에서 조율이 이루어집니다.
Q. 디자인·예산·일정이 충돌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냉정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결국 기준은 고객사입니다. 고객사가 무엇을 가장 우선하는지에 따라 합의점을 찾아갑니다.

Q. 스베다운 팀 문화나 일하는 방식이 있다면요?
직급은 있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문화의 날’처럼 점심 시간을 길게 활용해 전시를 보거나 마감재를 함께 보러 가기도 하고요. 참여하지 않은 프로젝트라도 현장을 공유하며 서로 배우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습니다. 스베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결국 ‘공유’와 ‘소통’입니다.
Q. 스베가 생각하는 ‘잘 일하는 팀’이란 무엇인가요?
저희가 생각하는 잘 일하는 팀은 소통이 원활한 팀입니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을 때, 결과물 역시 자연스럽게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스베가 그리고 있는 다음 장면
‘좋은 공간’에 대한 생각

Q. 스베가 말하는 ‘좋은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예쁘고 화려한 공간이 좋아보일 수도 있고, 투박하지만 편안한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은 공간일 수 있죠. 하지만 좋은 공간은 나에게만 좋은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편하다고 느끼는 요소가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가장 좋은 공간은, 사용하는 모두에게 효율적이고 편안한 공간이라고 믿습니다.

스베가 말하는 좋은 공간은 특별한 형식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을 향한 이해에서 시작됩니다. 그 이해가 쌓여 만들어진 공간은, 사용하는 방식 속에서 천천히 완성됩니다.
*사진 촬영, 제공: 류진 에디터




